모탁의 꾸러미/앞! (-(OO)-)☞ 2012. 10. 14. 19:45
지난 10월 9일 오서산 산행을 했다. 순전히 억새 하나만을 위해...
정상에 올라야만 볼 수 있는 억새 때문에
무수한 계단들 앞에서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여러번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다.

이놈의 억새, 안 멋있기만 해봐라... 하는 마음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며 올라갔다. -_-;
평소 산을 안 타던 저질 체력이라 예상대로 산길 초입부터 숨이 할딱 거렸고,
등산로 안내에서는 분명 왕복 2시간 반 밖에 안 걸린다는 코스였는데
오르고 보니 저것은 절대 왕복이 아니라 정상까지 오르는 소요 시간 같더라. 부들부들...
왕복 6시간 걸렸다. 힝..

사실 몇 걸음 걸을 때마다 힘들어서 많이 쉬어가고
정상에서 도시락도 먹고 내려오느라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느리긴 했다. 헤헤~

어제까지는 발에 알뱄는지 계속 쑤셨는데 오늘에야 좀 풀린 것 같다.
그래서 사진 정리를 이제야 찔끔찔끔 하고 몇 장 수줍게 올려본다.


어무이께 블로그에 올릴 건데 사진 어떠냐고 보여드렸더니
"직접 볼 때는 별로더만 사진이 낫다. 잘 나왔네~"라고 하셨다.
그렇다. 올해 억새가 풍성하지가 않아서 생각보다 볼품이 없어서 우리는 꽤 실망했더랬다.
원래 이런가 했는데 정상에서 도시락 까먹을 때
우리 도시락은 넉넉하게 싸와서 남길래 혼자 오신 분께 나눠드리며 대화를 했는데,
그분은 해마다 여기를 왔는데 올해가 제일 별로라더라.
이렇게 빈약한 건 처음 본단다.
난 지지리도 운이 없었다.
평소 산도 안 타던 사람인데 이거 보러 온건데... 라디오에서 장관이라고 꼭 가보래서 왔더니... 나 낚인거?




풍성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억새 찍으러 왔으니 어떻게든 화각 안에 억새를 넣고 요리조리 찍어본다.
가을이라 산이 알록달록한 게 멋있어 보이더라.





가끔 돌아다니는 사진들 보면 억새가 빛을 뙇~ 받아서 멋있게 반짝반짝 하던데...
나도 그런 걸 원했지만, 해도 들어갔다 나갔다 하고 빛의 각도도 잘 모르겠고 어무이는 막 앞질러 가시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하늘이라도 배경으로 삼아야겠다 싶어서 쭈그리고 아무 놈이나 하나 찍고 총총총 어무이 뒤를 따라갔다.
찍을 때는 걱정스러웠는데 생각보다 하늘색이 참 곱게 나왔다. 억새를 좀 이쁜 녀석을 찾아서 공들여 찍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뭐, 모양은 안 예쁘지만 그래도 기념사진으로!




동그란 녀석 발견. 듬성 듬성 있던 녀석들 중에 있길래 잠깐 서서 보니, 오오~ 해가 구름에서 나왔나?
좀 반짝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단풍덕에 더 살아난 것 같아! *o*




가운데 빨간 단풍 멀리서 볼때부터 예술이었다능.
억새는 많지 않아도 산이 물들어 가는 건 참 멋있었다. 그래도 두 번은 안 갈꼬야. -_-;
보라색 가방 멘 모델은 엄마. 흐흐흐~ 엄마 같이 가~ >o<





정상에 올라서 능선을 따라 걸으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었는데 저쪽에 새가 엄청 많더라.
까악까악 하고 울길래 난 무심결에 " 저거 까마귀인가? " 했는데
나중에 아까 얘기했던 그 길을 혼자 지나던 분께 도시락 나눠드리며 들었는데
오서산의 '오'가 까마귀'오'란다. 원래 까마귀가 많아서 그렇게 이름 붙은 산이라고...
모르는 사람 만나서 이런 정보도 얻게 되고 재밌었다.

오르락 내리락 할 때도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인사도 잘 하고 서로 힘내라고 격려도 해주고...
산 탈 때는 다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항상 올라가는 사람에게 " 얼마 안남았어요. 힘내세요! " 라고 말하고
막상 가보면 한참 남았다. -_-+
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해줬으면 못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흐흣~

나도 내려가는 길에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올라가면서 " 아이고~ 얼마나 남았어요? " 하시길래
당황한 나머지 "조,조,조금 남았어요. 조금만 더 가시면 되요." 라고 했지만, 티 많이 났나 보다.
아저씨는 허허허 웃으시며 계단 난간에 매달려 계셨다.
조금 남긴 남았는데 내가 아까 올라보니 조금이여도 가파른 계단 때문에 느므 힘들어서 결코 조금이 아니더라는...
하지만 난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이놈의 계단이 산 아래까지 어마어마하게 있다.
그래도 산 타기 전에 인터넷에서 정보 찾다가
오서산은 계단이 많아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기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래, 내 이럴줄 알았다. 이미 듣고 왔다.'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올랐다.
난간이 있어서 어쩌면 다른 산보다 편하게 올라온 걸 수도 있지만 그래도 힘들다. 헥헥헥~





아까 그 계단 밑으로 쭉 보이던 그 바위를 가까이에서 좀 더 당겨서 보면 요렇코롬 멋있다. 단풍 봐~ 이햐~!
역시 산은 내려다 보는 맛. 밑에 풍경도~ 이햐~ *o*
저 멀리 바다도 보이는 것 같다.





내려가는 길에 날씨가 점점 흐려지고, 해도 넘어가려는지 구름에 숨어서 노을지듯 나무에 걸려있길래 얼른 담았다.
그 다음날 비가 내리려고 저렇게 구름이 몰려오고 그랬나 보다.



이번에 억새를 보러 가면서 갈대랑 억새랑 뭐가 다른가 몰라서 찾아봤었는데,
갈대는 습지에서 자라고 갈색이고 키가 3m정도 되고,
억새는 산에서 자라고 은빛이고 갈대보다는 키가 작은 1~2m 정도 되는 녀석이다.
그리고 갈대는 풍성하고 지저분하고, 억새는 매끈한 편이란다.

다음에는 안 힘들게 평평한 곳에 있는 갈대를 보러 가야겠다.
억새는 산에 있어서 힘들다.
top
  1. Favicon of https://jyjea.tistory.com BlogIcon 지재이 2012.10.16 15:45 신고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경치가 좋네요 ㅎㅎ
    몸은 모탁님이 고생하고 눈은 제가 호강합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s://motak.tistory.com BlogIcon 모탁 2012.10.16 23:43 신고 댓글주소 | 수정/삭제

      힘들었는데 살은 하나도 안 빠졌어요. -_-; 이번주에 또 산에 간대요. 아흥~ 또 며칠 앓아눕겠어요.

  2. Favicon of https://liaison612.tistory.com BlogIcon liaison 2012.10.23 21:17 신고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서정적인 사진 너무 잘 봤습니다~~~ 지재이 님도 다녀가셨네요~~~^^

  3. 포르코 2012.12.01 01:28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요즘은 멍멍이 사진 없나요? ^^;

댓글을 달아주세요.